한동일 교수님은 오늘날 세계에서 유일하게 라틴어를 공식어로 지정하여 일상에서 사용하는 바로 그곳,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인데요, 로타 로마나는 바티칸 대법원으로, 변호사, 검사, 재판관 등을 배출합니다. 강연회에서 흥미로웠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어요. 로타 로마나에서는 모든 수업이 라틴어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시험도 라틴어로 쓰고 말하기 때문에 라틴어에 대해서는 빠삭해야 합니다.

양천 도서관 강연 중 <카르페 라틴어>를 소개 중이신 한동일 교수님

강연의 앞부분에서 자신이 작업한 책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라틴어 수업>은 서강대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을 글로 담은 것이지만, 실제 그 라틴어 교양 수업 시간에는 이 책의 목차대로 강의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 수업은 한동일 교수님이 집필한 <카르페 라틴어>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강연에서 한동일 교수님은 <카르페 라틴어>를 집필할 당시 유럽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라틴어 문법서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기도 했는데요, 책의 두께를 보면 웬만한 용기로는 덤벼들어선 안 될 것 같군요!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점을 위해, 취업을 위해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 말고, 진심으로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체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뻔한 말로 들릴 지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어떤 언어든, 그 역사를 살펴보면 언어 자체의 역사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훑을 수도 있지요. 라틴어가 유럽을 지배했던 로마의 정신과 그보다 넓은 영역에서 로마인들을 감쌌던 종교적 신념을 담고 있는 것처럼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