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범한 초콜릿

떠나는 그곳이 전혀 다른 감성과 낭만을 줄 수 있다면 여행하는 이유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사람들로 복작한 곳을 싫어하던 사람이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그리워하고,
비 내리는 날씨를 질색하는 사람이 비 오는 런던을 동경하며
여름에는 죽은 듯이 살던 사람이 
어느 날 피렌체의 뜨거운 날씨와 두오모 성당의 붉은 지붕을 사랑하게 되듯
나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인도해주기 때문입니다.

신기한 것은,
그 세계가 누군가에겐 일상이라는 점입니다.

나에겐 낭만이 되는 여행지
그곳이 일상의 거처이자 평생 삶의 터전인 사람은 어떻게 느낄까요?

피렌체를 떠올렸을 때
가장 강렬한 이미지의 중심에 있는
두오모 성당.

그 붉은색 돔 지붕 아래에서 매일같이 걷고, 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피렌체에서 태어나 살아온 레스토랑 "치브레오"의 오너셰프 파비오 피키입니다.

그는 피렌체를

"언제나 사람을 끄는 강한 매력을 발산하고 
인간의 영혼을 한 층 더 끌어 올려 행운의 길을 보여줄 수 있는 곳"

이라고 말할 정도로 본인이 살아온 곳에 대한 애정을 책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피렌체를 찾아온 모든 이들은
피렌체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확신에 찬 말투로요.

피렌체는 이탈리아 중부에 자리잡은 토스카나주의 주도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지로서 예술이 성행하였고, 
그만큼 역사와 전통이 깊은 도시로 유명합니다.

셰프 파비오 피키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피렌체의 큰 이야기들 사이의
깨알같은 이야기들,
그리고 그 안에서 피렌체를 찾아야 할 명분을 만들어줍니다. 

예를 들면,
평범한(Simple) 초콜릿 때문에라도 피렌체를 찾아야 한다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 말이죠.

피렌체에 사는 현지인 셰프의 일상 패턴 첫번째는 이렇습니다.

일단 시내 중심가 쪽의 산레오나르도 거리에서 내려와,
룽가르노 토리지아니 거리에 도착합니다.

강물을 등지고 걷다보면 루터파 교회가 있는데,
그곳의 작은 정원 벤치에 앉아서 편안하게 풍경을 감상합니다.

셰프 피키는 리부아르 카페에서 핫초코를 마시는 걸 즐깁니다.

그에게 평범한 초콜릿은 사실 여행자들에게는 그저 평범하지만은 않습니다.
여행지에서 접하는 모든 것들이 새롭기 때문입니다.

피렌체 사람들은 거의 '습관적'으로 찻잔에 담겨 나오는 핫초코를 즐기는데,
초콜릿에 약간의 물을 넣어 녹인 후 단단하게 휘핑한 신선한 생크림을 듬뿍 올린다고 합니다.

핫초코를 다 마시고 입 안에 아직 그 달콤한 여운이 남아 있을 때,

로지아 데이 란치 회랑을 한 바퀴 돌면서 페르세우스의 헬맷 뒤에 있는
벤베누토 첼리니의 자화상을 감상하며
그의 다혈질적인 모습 속 천재적인 면모를 느끼는 것.


피렌체를 방문하는 모든 여행자들이 피렌체를 더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파비오 피키가 안내하는
피오렌티노의 일상 루트입니다.

피렌체 덕분에 봄이면 천지 만물과 모든 이를 사랑하게 될 거예요.
서로 애정을 주고받으며 책임감을 갖게 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도 알게 될 거고요.

여름에는 시간의 상대성을 깨닫고 피렌체에 자리한 언덕들 사이에서 시원함을 느껴볼 수 있답니다.
아마 아르체트리 전망대 근처에서 서늘한 기운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가을에 포도송이를 씹고 밤 과자를 먹으면서 
여러분이 정말 큰 행운을 얻은 삶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고,

겨울에는 피렌체의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문득 이제 여러분이 피렌체 사람이 다 되었으며
피렌체를 사랑하고 있음을,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것임을 알게 될 거예요.

- <피렌체를 맛보다>의 저자, 파비오 피키 -

 > 피렌체를 맛보다 보러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