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한자로 재미있게 읽는 중국어 단어장> 고현진 선생님과 인터뷰
중국어, 한자를 알면 더 재미있는 언어입니다.
안녕하세요!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 흔쾌히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독자 분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핵심한자로 재미있게 읽는 중국어 단어장'을 쓴 저자 고현진입니다.
중국에서 유학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박사과정에 어떤 공부를 하고 계신가요?
중문학은 아편전쟁(1840년)을 기준으로 크게 고대 문학과 현 당대 문학으로 나누는데요, 저는 아편전쟁 이후 현재까지, 중국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중국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는 중국이 제국주의 세력에게 침략 당하는 과정에서 깨어있는 소수의 지식인들이 중국을 지키고 개혁하고자 했던 작품입니다.
1920~40년대는 우리나라도 일본에게 갖은 수탈과 침략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던 시기로, 바진(巴金), 궈모뤄(郭沫若), 저우쭤런(周作人)등은 한국인을 모티브(김구, 윤봉길, 박열 등)로 수 많은 작품을 썼습니다.
당시 한국의 독립 운동은 중국인들의 가치관과 생각에 큰 영향을 끼쳤고, 중국 안에서도 ‘한국을 배우자!’와 같은 외침이 늘기 시작했지요. 이처럼 저는 20세기 이후 중국 문학 속에 나타난 한국인의 형상과 중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인, 그에 따라 변화하는 중국인들의 가치관 등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박사 과정 동기들과 함께
요즘 중국어의 필요성이 높은 데 처음에 전공을 중국어를 선택하신 이유나 계기는 무엇인가요?
현재 중국은 불과 수십 년 동안 이전과 비교할 때 매우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중국이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는 말은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닌데요, 제가 대학 전공을 선택하던 무렵에도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한중 교류는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저 또한 중국어를 배우면 좀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중국어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중국은 10년 전, 20년 전의 기대를 현실로 이루어가는 과정 중에 있고,
나날이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을 볼 때, 중국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유학생활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곳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이라면 아마도 남편을 만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2008년 처음 남경에 중국어 교사로 일을 하러 왔었고,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오랫동안 중국에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일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매우 지쳤을 쯤,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바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것도 한국 가기 바로 한 달전에요. 저는 너무 짧은 시간이고 어차피 오래 만나기 어려운 사이라 생각하여 나중에 인연이 되면 한국에서 다시 보자고 했는데 남편이 얼마 후 프로포즈를 하더라고요.
1년 뒤 결혼을 했고, 이렇게 중국에 계속 머물면서 막연히 꿈꾸었던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 입니다. 사실, 한 편의 논문을 쓰기 위해 수십 편, 수백 편의 논문을 읽고 새로운 견해와 관점을 기록하는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박사는 길고 긴 인내의 시간으로 저 또한 때로는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막연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의문점과 견해가 떠올랐을 때,
번뜩이는 생각으로 A4의 빈 페이지를 빠른 속도로 채워나갈 때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가끔 마음에 흡족한 논문이 써졌을 때도 고심하고 노력한 만큼의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요.
저 역시 오랜 타지 생활이 늘 즐겁고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남편, 그리고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 한국오기 한 달전에 만나서 결혼까지 하셨다니 드라마틱한 인연인 것 같습니다.
저도 석사논문 쓸 때, 준비하면서 쉽지 않았는 데 외국에서 박사과정은 더 힘들고 어려웠으리라 생각됩니다.
요즘 국내에는 조기에 중국어를 공부하는 아이들도 많고 중국을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많이 늘었는데요. 역시 중국의 유수의 대학의 경쟁력도 매우 높다고 들었습니다.
중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주실 말씀은 있으시면 무엇인가요?
유학에 앞서 중국어 준비가 잘 되어있는 학생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현지에 왔을 때 훨씬 빠르게 중국어를 배우고 현지 생활도 잘 적응할 수 있겠지요.
특히, 학부나 석박사처럼 학위를 갖기 위해 중국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이라면 중국어 준비는 필수입니다. 보통 대학교에서 요구하는 중국어 수준은 HSK 4~5급이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중국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중국어로 발표하고, 레포트를 제출하며 수업을 이해하고 따라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수업을 100% 이해하지 못한다고 크게 좌절할 필요는 없으나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와 열정인 것 같습니다.
간혹 부모의 권유로 막연한 기대와 이상만을 갖고 중국 유학을 오는 학생들이 있는데요, 이런 경우는 막상 중국에 와서 수업에 따라가지 못하거나 자신이 기대했던 모습과 달라 실망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종종 있습니다.
만약 중국 유학을 고민하는 학생이라면 ‘내가 정말 원하는 공부인가?’ 라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 보고, 스스로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열정과 의지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책을 녹음하신 원어민 선생님이 이 책의 기존에 틀에 박혀있지 않은 책이라고 호평을 했다던데, 이번 <핵심한자로 재미있게 중국어 단어장>을 집필하신 계기와 집필하시면서 가장 염두에 두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중국인들도 평생 다 공부하지 못한다는 문자가 ‘한자’라지만, 중국어는 일부 핵심적인 한자를 알면 큰 줄기에서 작은 가지가 뻗어나가듯 관련된 단어를 함께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언어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发'는 원래 화살을 쏘기 직전의 모습을 나타낸 글자로 ‘활을 쏘다, 발사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뜻으로 파생되었습니다.
먼저 发는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이 출현하다는 뜻으로 ‘发生’,’发明’,’发现’ 등의 단어가 있고, 이 밖에도 사람의 감정 상태를 밖으로 표출하거나, 질병의 발생으로 몸에 어떠한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도 发를 통해 그 뜻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문 310~314참고)
저는 이렇게 핵심한자를 중심으로 연구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고, 한국인이 중국어 단어를 학습할 때 함께 연관 지어 생각하면 좋은 다양한 방법들을 정리하고 기록하였습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 많은 자료가 쌓이게 되었고 집필을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이 책은 시중에 나와 있는 단어장(ABC순 단어 나열, 주제별 단어 나열)들과 다른 구성으로 조금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동안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학습자가 중국어 단어를 공부할 때 함께 알아두면 좋은 여러 가지 팁을 다양하게 설명한 단어장입니다.
평소 ‘이 말은 왜 이런 뜻으로 쓰게 되었을까?’와 같이 언어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학습자에게, 또는 언어를 포함하여 중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이 있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일본어 보다 중국어의 학습 속도가 더디고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학습자도 많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가장 효과적인 중국어 학습방법과 경험은 무엇이 있으신가요?
무엇이든 기초가 중요합니다. 간혹 조급한 마음에 초급과정에서 중국어 발음과 성조를 무시하고 기초를 쉽게 넘기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중급이상의 실력으로 발전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중국어를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독학보다는 한두 달이라도 학원에서 정확한 성조와 발음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 어느 정도 학습 기간이 쌓인 중급자에게는 본인의 의지와 꾸준한 노력이 중국어 실력을 결정하겠지요.
하루 10분이든 20분이든 매일 읽기나 듣기 연습으로 꾸준히 어휘를 쌓고 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 ‘제 생각’이라 말하는 것도 민망한데요, 사실 이 보다 중요한 방법이 없고, 또 이것을 실천하기란 더욱 쉽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 한국어 해석이 있는 문장을 보면서 중국어 문장으로 즉각 바꿔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마치 내가 동시통역을 한다는 생각으로 눈으로는 한글 문장을 보지만, 입으로는 중국어 문장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교재는 한글 해석이 담겨있는 회화 책이나, HSK독해 문제집도 좋습니다. 눈으로 읽고 이해하는 것과 직접 말로 내뱉을 수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자신의 수준에 맞는 교재를 골라 직접 작문 연습을 해 보는 것입니다.
이때, 굳이 중국어 본문과 똑같이 말할 필요는 없으나 보통은 내가 말하는 표현보다 중국어 책 문장이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 표현이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 수준에 맞게 중작을 시도하더라도, 그 다음은 본문 내용을 그대로 익히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연습하면 평소 잘 만들지 못하는 문형을 되짚어볼 수 있고, 모르는 단어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방법이 중국어 작문뿐 아니라 회화, 서면어 공부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책을 더 쓰게 된다면 어떤 책을 집필하고 싶으신가요?
이번이 중급자를 위한 단어장이었다면 다음에는 초급자와 중고급자를 위한 책도 써보고 싶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영업상의 비밀((?)이라 자세히 말씀 드릴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다음 책 역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책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어를 공부하는 학습자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은 무엇이고, 선생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이신지요?
어떤 분야든 공부는 평생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직은 학생의 신분으로 제가 학습자에게 어떤 당부를 드린다기 보다 함께 중국어를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매일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꿈을 품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발전한 내일이 되길 소망합니다.
흔쾌히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도서 자세히 알아보기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6304976
고현진 선생님 블로그 방문 https://blog.naver.com/chineseword?Redirect=Log&logNo=2212772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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