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명사] 과로로 인하여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질병에 대한 저항능력이 떨어져 사망에 이르는 것을 일컫는 용어. 

엄밀하게 말하면 용어 자체가 원인 또는 상황적 요인을 강조하기 때문에 의학적 용어라기보다는 사회적 용어라고 볼 수 있다. 과중한 업무로 인해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 질병이 악화되어 뇌출혈·뇌경색·지주막하출혈 등의 뇌혈관 질병, 심근경색증, 심장마비를 일으켜 영구적인 업무불능 또는 사망에 이르는 상태를 말한다. (출처: 두산백과)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서 26세의 펀드 매니저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업무에 매진하다가 발생한 돌연사로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이후 일본에서는 '가로시'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산업재해보험 수혜 항목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2002년에는 가로시가 발음나는 대로 (Karoshi)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 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7월부터 '과로사'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수면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 Presenteeism /

프레젠티즘은 '과로사', 일본어인 '가로시'와 비슷한 맥락에서 생겨난 영어권의 용어이다. 물론 그 맥락의 강도는 과로로 죽음에 이르는 상황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프레젠티즘은 실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말 출근, 야근 등 필요 이상으로 업무 시간을 늘리는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다. 이는 직업환경의학 분야에서는 전문적으로 쓰이는 용어인데, 프레젠티즘 빈도가 높을 시 업무효율이 낮아짐에도 고용불안과 직장 내 눈치로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근로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다.

최근 국내 과로사 사례

● 2016년 우편집배원 6명이 근무 중 사망했는데, 교통사고로 사망한 1명을 제외한 5명은 우편물 배달 도중 과로사.

● 2017년 1월 15일 세 아이의 엄마인 35세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정부세종청사 10동 6층 계단에서  과로사.

● 2017년 3월, 이스타 항공의 조종사가 과로로 급성심장마비사. 조종사 산재 17년 만에 인정.

우리나라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이다(2015년 기준). 이 수치는 OECD 국가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은 수치이다. 또, '가로시(Karoshi)'라는 전세계적 이슈를 만든 일본보다도 394시간 더 많다. 

과로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는 업무효율과 삶의 질을 동시에 떨어트린다. 문제는, 과로사를 입증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업무시간이 과로사 판단의 기준이 되는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노동시간을 기록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2011~2014년 과로사에 대한 산재 승인율은 23.8%라고 한다. '과로사'라는 사회적 이슈를 제대로 인식하고 공론화 할 필요성이 있다.

더 잘 자려는 것은 생존 욕구이다

 

뉴욕타임즈의 한 기사에 따르면 프레젠티즘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을 향해 foggy-brained(머리가 안개 낀 것처럼 멍한), sleep-deprived (잠을 빼앗긴)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사회가 근로자들에게 수면권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 한다면, 그것은 기업이나 근로자에게나 피차 불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게다가 수면권은 대한민국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에도 속해있다. 

'더 잘 자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생존 욕구의 일환이다. 갖가지 수면아이템들이 인기를 끌고, '수면클리닉', '수면클래스', '수면분석 어플리케이션' 등 양질의 수면을 돕는 시설과 서비스가 나온다. 그리고 양질의 수면을 위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잠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적당한 볼륨의 소음(Sound wave), 공기의 온도 등등. 충분히 숙면을 취하지 않았을 때 우리의 면역계를 약하게 하며 학습 및 암기 능력이 떨어지고 우울감과 정신질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수면의학 연구들로 밝혀졌다. 

현재, 미국에서는 프레젠티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수면시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북미Havas PR의 CEO 마리앙 살츠먼은 '잠이 오늘날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만큼 잠은 중요하다. 

깊은 휴식 수업 @ 명상스튜디오 '인스케이프' (미국 뉴욕 첼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행복만으로 그치는 일이 아니다. 개인의 행복은 곧 건강한 사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비합리적인 근무 환경에서 탈피하여 업무의 효율성은 높이고, 아주 기초적인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