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세상에서 가장 소리내기 어려운 언어

쯧쯧
연민을 느끼거나 마음에 못마땅하여 자꾸 가볍게 혀를 차는 소리

"쯧쯧" 하고 혀를 차보신 적 있으시죠?  제대로 '쯧쯧' 소리를 낸다면, 우리는 혀를 입천장 앞부분에다가 찰싹 붙였다가 떼면서 뭔가 공기를 빨아들이게 되는데요.  이렇게 공기를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쯧!' 하고 소리가 납니다. 일련의 조음(소리를 만드는 것) 과정은 초 단위보다 더 짧은 시간 단위 내에 발생하기 때문에 미세한 움직임에 대해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공기를 빨아들임으로써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쯧쯧'과 비슷한 과정으로 소리를 내지만, 우리에게는 없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 소리가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언어 '꽁옹어'에서 주로 쓰이는 소리이자, 음성언어학에서는 '흡착음'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Click consonant'라고 하는데, 정확한 정의는 연구개에 혓바닥을 붙이고 혀의 앞부분으로 공기를 가둔 뒤 혀를 내려 공기를 입으로 빨아들여 내는 소리라고 합니다. 연구개는 우리 입천장에서 가장 목구멍에 가까워 아주 부드럽고 말랑거리는 부분을 가리키는 명칭입니다.

얼마나 어렵길래?

꽁옹어(Taa language)는 남아프리카 코이산어족계열의 민족 단 몇 천 명만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입니다. 원어로는 !Xoon 입니다.
지금부터 꽁옹어(Taa language)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게요.
일단 영상 하나를 보고 가겠습니다.

처음 영상을 보면 꼭 한 사람이 말을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사람이 '똑똑', 간혹 '쯧쯧' 하며 소리를 입히고 있는 것 같이 들립니다. 정체불명의 똑똑거리는 소리는 모두 한 사람이 내는 소리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이렇게 똑, 똑, 하는 소리가 많이 들리는 이유는 바로 그 소리들이 이 언어의 주된 자음의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꽁옹어는 100개의 자음, 연구에 따라 164개의 자음이 있다고 밝혀졌으며, 모음은 44개라고 합니다. 참고로 우리말에는 자음 19개, 모음 21개로 총 40개의 글자가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꽁옹어는 정말 많은 소리를 가진 언어죠!

게다가 꽁옹어는 무려 '5가지' 종류의 흡착음을 사용하는데, 소리가 나는 위치나 방법에 따라 치흡착음(앞니 뒷부분,) 치조흡착음(앞니 잇몸), 경구개흡착음(입천장 앞부분), 설측흡착음(혀 옆으로 공기가 빠져나감), 양순흡착음(입술)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 다섯개의 기본 흡착음들을 결합하여 총 43개의 흡착음 소리를 낸다고 하니... 감히 세상에서 제일 소리내기 어려운 언어라고 이를 만합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언어학 소속 아만다 밀러는 이렇게 흡착음이 주된 소리인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들은 "숨 쉬는 것의 달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일반적인 언어권 화자들은 그만큼 소리내기 어렵다는 뜻이겠죠. 이 언어를 말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음절을 발음하기 위해 공기를 흡입해 흡착음을 낸 뒤, 그 다음 재빨리 공기를 내쉬어 모음 소리를 연이어 발음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떠한 머뭇거림이나 멈춤 없이요.

꽁옹어에는 특징에 걸맞게 '소리, 소음(noise)'을 묘사하는 어휘들이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면 뾰족한 끝을 가진 물건이 모래 위로 떨어지는 소리, 썩은 달걀을 흔드는 소리, 목초 동물이 풀을 뜯는 소리에 해당하는 어휘들이 존재합니다. 코이산어족 계열 언어들은 단어의 음절이 1개 내지는 2개로 제한되어 이렇게 많은 자음과 모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