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적 아이콘이 된 노트르담 대성당

1163년에 짓기 시작해 1345년에 완공된 노트르담 대성당. 고딕양식의 대표적 건축물로서 당시 최고의 건축기술 뿐 아니라 조각과 스테인드글라스 등 최고의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이뤄진 고딕예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1831년, 거장 빅토르 위고는 이 아름답고 웅장한 성당을 보며 대작 <노트르담 드 파리(파리의 노트르담)>를 썼고 이 소설은 20세기 말에 한편의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19세기 말 가난한 화가들이 동력의 발명으로 쓸모없어진 풍차 방앗간을 빌려 작업실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술가 마을을 이루게 되었고 그 명성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피카소, 로트렉,모딜리아니,위트릴로 등 유명한 화가들이 젊은 시절 이곳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며 가난과 추위에 맞서 싸웠다. 화가들 뿐 아니라 쟈크 프레베르, 에릭 사티 같은 문인과 음악가들도 한데 모여서 세기말의 우울과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노래한 곳이 몽마르트르였다. 

지금도 테르트르 광장에 가면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많이 모여 있다. 대부분 당국의 관리를 받는 생계형 화가들이지만 낮에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리고 밤에는 작업실에서 예술혼을 불태운다. 미래의 피카소가 그들 중에 숨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몽마르트는 화가들의 거리로 유명해지기 전에는 순교지로 더 유명했다. 카톨릭이 프랑스로 전파되던 3세기 말에 파리 최초의 주교인 성인 드니가 포교활동을 하다가 순교를 당한 곳이 바로 몽마르트르였다. 몽마르트르란 이름의 유래가 바로순교자의 산(Mont des Martyrs)에서 나온 것이다 몽마르트르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건물이 보불전쟁에서 패한 후 실의에 빠진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성심성당이다. 호국적 성격이 강한 성당답게 나라를 구한 잔다르크와 샤를르마뉴 대제의 동상이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언젠간 꼭 가겠지, 루브르 박물관

파리에서 에펠탑과 더불어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 루브르 박물관이다. 부르봉 왕가의 궁전으로 쓰이다가 루이 14세 때 왕궁을 베르사이유로 옮겨가면서 역대 왕들의 수집품들을 보관하는 곳으로만 쓰이고 있었다. 프랑스 혁명 이후 국민에게 개방하게 되면서 지금의 박물관이 되었다. 나폴레옹 재위 기간에 많은 양의 컬렉션이 증가해 한때 나폴레옹 박물관으로 불리기도 했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리슐리외, 쉴리, 드농으로 이름 붙여진 세 개의 전시관을 가지고 있는데 프랑스 예술품, 이탈리아 예술품, 고대 그리스 로마 유물 등 인류 역사상 위대한 예술품이 가장 많이 전시된 세계 최대의 박물관 중 하나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또 다른 볼거리는 유리로 된 피라미드이다. 프랑스 혁명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루브르 안뜰에 세워진 조형물로서 선정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는 미적인 측면과 기능적인 측면 모두 절대적 호응을 얻고 있다. 중국계 미국건축가 이오 밍 페이는 프랑스 국민의 90%가 반대할 것을 알고도 설계안을 공모했고 프랑스는 과감하게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여기서 프랑스 혁명 정신의 계승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사연 없는 광장이 어디 있으랴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아름다운 파리의 광장을 볼 때면 가끔 김수영 시인의 시구가 생각나곤 한다.

혁명의 나라답게 프랑스의 많은 광장에는 정치와 관련된 사연들이 숨어 있다. 파리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콩코드 광장은 루이15세의 조각상이 파괴된 자리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해 천여 명의 사람들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피의 무대였다. 오늘날 세계 최고급 보석상들과 최고급 호텔에 둘러싸여 있는 방돔 광장(Place Vendôme)은 파리 시민과 노동자들의 봉기가 일어난 곳으로 화가 쿠르베는 광장 가운데 서있던 탑을 무너트린다. 프랑스 정부는 쿠르베에게 탑을 파괴한 책임을 물어 어마어마한 벌금을 부과했고 그는 결국 프랑스를 탈출하여 스위스로 망명하고 만다. 말할 권리와 관용(똘레랑스)을 주장했던 볼테르의 정신이 혁명기를 거쳐 성숙한 민주주의로 꽃을 피우기까지의 시간을 광장은 묵묵히 지켜본 것이다.

파리 최초의 광장은 센 강가의 모래사장이었다. 파리 시청 앞의 모래사장에서 상인이나 노동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주장을 외치곤 했던 데에서 모래사장을 뜻하는 단어인 Grève(그레브)가 파업이란 뜻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도 Grève를 모래사장이란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